지방선거가 사흘 앞으로 다가왔다. 거리의 확성기와 화려한 공약 뒤편에서, 세종의 교육감 선거를 바라보는 학부모의 마음은 가볍지 않다. 시장도 시의원도 아닌, 내 아이를 가르칠 어른들을 고를 사람을 뽑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날 손에 쥐는 투표용지는 여러 장이다. 다른 칸에는 기댈 난간이 있다. 이름 옆에 정당이 적혀 있어, 잘 모르겠으면 평소 마음 둔 당을 따라가면 된다. 판단을 당에 맡길 수 있다. 그러나 교육감 칸만은 다르다. 정당도 기호도 색깔도 없이 이름만 나란하다. 기댈 데 없이, 오롯이 내가 지는 한 표다. 그 칸이 정하는 것은 한 사람의 자리가 아니라, 한 교실의 공기다. 아이가 깨어 있는 시간의 절반을 보내는 방, 그 방을 채울 어른들을 고를 사람이 바로 그다. 아이는 공보물을 읽지 않는다. 토론회도 보지 않는다. 누가 몇 퍼센트인지, 어느 쪽이 보수고 진보인지—그런 건 아이의 관심 밖이다. 아이가 보는 것은 오직 하나, 어른이다. 어른이 무엇을 말하는가가 아니라, 무엇을 하는가. 그래서 그 자리에 요구되는 것은 공약의 화려함이 아니다. 아이 앞에 떳떳한가 하는, 가장 오래된 기준이다. 아이들에게 싸우지 말라고, 법을 지키라고, 남을
투표장에서 손에 쥐는 투표용지 중 교육감 칸에는 정당도, 기호도, 익숙한 색깔도 없다. 누구의 뒤에 숨을 수도 없는, 투표소 안에서 가장 외롭고 엄중한 한 표다. 그래서 교육감 선거는 유권자에게 가장 부끄러울 수 있는 표이기도 하다. 당장 우리가 마주한 세종 교육감 후보들의 실상부터가 참담하다. 공동폭행과 공동주거침입 등으로 벌금 500만 원을 선고받은 명백한 폭력 전과 기록을 가진 후보가 있는가 하면, 학교장 시절 감염병 위기 속에서 방역 지침과 교육청 공문을 어겨가며 교사들에게 교과서 직접 배달을 독단적으로 지시해 거센 비판을 받은 후보도 있다. 아이들에게 "싸우지 마라, 법을 지켜라"라고 가르쳐야 할 자리에 폭력 전과자가 앉거나, 안전보다 행정 편의주의적 독선을 우선시하는 리더십이 들어선다면 우리는 이 모순을 자녀들에게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아이들이 물어올 때 고개를 들 수 있는 부모는 없다. 무심코 던진 한 표가 이 결함을 눈감아준다면, 그 부끄러움의 대가는 고스란히 우리 아이들의 몫이 된다. 물론 정당 마크도 없는 칸에 아무렇게나 도장을 찍어도 겉으로는 표가 나지 않는다. 하지만 나 자신은 똑똑히 안다. 내 아이가 살아갈 교실의
선인도 시대를 따른다는 말 있지만 너무 지나친 지금인 것 같다. 우리 속담에 ‘이웃을 먼저 보고 집을 사랬다’ ‘이웃이 사촌보다 낫다’ ‘집을 백만 냥에 산다면 이웃은 천만 냥을 주고 산다’라고 했고, 중국에서도 ‘멀리 있는 물은 가까이 있는 불을 끄지 못한다’ 원수불구근화遠水不救近火다. 어려움에 빠져 긴급한 도움을 바라는 사람에게 바로 도움의 손길을 내밀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인가? 가까이 사는 이웃이다. 그러나 때론 이웃사촌이 땅 사면 배가 아프다는 말처럼 가까이 산다고 다 좋은 이웃은 아닌가 싶다. 중국 남북조시대의 일이다. 양나라 무제가 통치하던 시절 여승진이라는 명성 높은 대신이 있었다. 그는 전쟁터에서 많은 승리를 거둔 뛰어난 장수였지만 평소에는 늘 겸손하고 온화한 인격자이자 청백리로 많은 사람의 존경을 받았다. 여승진이 연주자사로 있을 때 하루는 그의 동생이 찾아왔다. 채소를 팔면서 어렵게 살던 동생은 형이 높은 벼슬에 있으니 자신도 벼슬 한자리 얻을 수 있을까 싶어 찾아온 것이었다. “나는 황제의 은혜를 많이 입었으나 아직까지 보답하지 못하고 있
[미래 세종일보] 정기옥 기자=이창봉 시인이 세 번째 시집 ‘위로慰勞’(월간 순수문학간행)를 최근 출간했다. 이창봉 시인은 1962년 강원도 원주에서 출생했다. 경동고 상단 문예반에서 시 창작을 시작했고 중앙대학교, 동 예술대학원 문학예술학과를 졸업했다. 이 시인은 1997년 현대시학에 <종이비행기를 접으며>외 5편이 정진규, 이승훈, 박상배 추천으로 등단하며 작품발표를 했고 시집으로 2006년 <헤이리노을>을 현대 시단에서 출간했고,2019년 <낙타와 편백나무>를 푸른사상에서 발간했다. 중앙대 예술대학, 현재 중앙대 예술대학원 미디어 스토리텔링 전공 교수(겸임)로 재직하며 시와 예술 등을 강의 하고 있다. 그리고 해공 신익희연구소장, 남촌문화예술원장으로 문학예술 발전을 위해서 일하고 있다. 한양대 국문과 교수 윤석산 시인(전 시인협회 회장)은 시 해설에서 이창봉 시인은 사물의 내포적 본질을 직관으로 바라보고 직관적이고 또 열정적 미토스의 언어를 통해서 시적 이미지를 만들어 내고 나아가 풍부한 상상을 통해 시적 울림을 극대화하고 있는 시인이라고 평가한다. 이창봉 시인의 시를 읽게 되면 우리는 사전적 의미를
안부(安否) 백향 김강회 안녕히 주무셨어요 새벽 네 시 삼십 분 초침 소리 맛난 음식을 한 상 차려 가시는 곳 한 동네 외할머니의 처소 엄마가 엄마의 안부를 여쭙고 잠자리가 불편한지 몸은 아프신 데가 없으신지 자식이 해야 할 인본의 도리 효도(孝道) 몸소 실천하시던 어머니 나는 오늘 내가 받은 위대한 상속 유산 어머니의 효(孝)를 떠올려 봅니다
서울과 부산에서 시장 보궐선거가 끝난 지 한 달이 가까워져 오는 이 시점에 새삼스럽게 선거 결과에 대한 평가가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국가의 운명이 걸린 대선이 바로 코앞에 다가온 시점에서 대선 전 마지막 선거의 승패의 원인을 짚어보는 것이 의미가 클 것이라는 확신으로 이 주제를 선택하기로 했다. 알다시피 지난 4월 7일에 끝난 두 특별시시장 보궐선거에서는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참패하고 당명을 바꾼 <국민의 힘>의 오세훈 후보와 박형준 후보가 각각 서울과 ·부산에서 20~30%의 표 차이를 보이며 압승했다. 여당이 예상을 뒤엎고 이처럼 큰 차이로 야당에 패배한 원인이 무엇일까? 논자는, 선출직 정치인의 기본적 결격사유라 할 수 있는 학력 위조, 저작물 표절, 위증, 재산등록 누락 등 후보자 개인의 인격과 자질에 관련된 문제를 떠나서, 정치 사회적인 면에서 몇 가지 원인을 찾아보았다. 첫째 원인은, 박원순과 오거돈 전 시장의 성추행 사건과 그 사건에 대한 여당의 표리부동한 반응이라고 생각된다. 성추행이 폭로된 직후에 국민의 분노와 실망감을 의식한 여당은 당 차원에서 국민 앞에 머리 숙여 사과
세계 어느 나라에도 용은 없다. 그래서 용을 본 사람도 없을뿐더러 필자도 용을 보지 못했다. 그러나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은 개천에서 용이 나기를 기대하는 사람들이 많고 실례로 그런 사례들이 얼마든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필자가 말하는 세종시에는 개천 대신 금강이 있다. 이 금강에서 용이 나타난 것이다. 예전에는 가난한 천재들이 자신의 노력으로 신분상승하는 데에 자주 인용되었으나 지금은 신분이 상승된 자가 나타나도 용이 나타났다는 말을 사용하기도 한다. 그 상상의 동물로 여겨지는 용이 세종시에서는 가끔 선거 때마다 나타나 시민들에게 기대를 걸게 하다가 결국에는 별 볼일 없는 미꾸라지로 물러나는 것을 보고 하는 말일 것이다. 보자, 지금 세종시에 퍼지고 있는 입소문을. 필자에게 들려오는 입소문은, 용으로 기대가 컷던 인물이 나와 봤자 자신의 영달만 위해 서울에서만 오락가락하지, 자기를 용으로 믿고 큰 일 할 재목이라고 뽑아 줬더니 우리 지역에는 신경도 안 쓰고 4년이 지나갔다고 한다. 그러니 용으로 보이는 인물을 뽑아 봤자 또 그런 꼴을 당할 것이니 이번에는 우리고장에서 자라고, 우리 고장을 지키며 일해 줄 인물을 뽑아야 한다는 소문인 것이다. 이 소문의 발원
칼에 베어도 상처 하나 생기지 않는 물 같은 그런 사람 되었으면 길이 없어도 길을 만들어 가는 강물 같은 그런 사람 되었으면 무서리에도 호박잎처럼 풀 죽지 않고 활짝 향기 뿜어내는 국화처럼 그렇게 살았으면 산 넘고 바다 건너와 온갖 풀꽃들을 키우는 봄바람처럼 그렇게살았으면 누구나 온화하게 어루만져 꽃피워주는 그런 사람 되었으면 그런 사람 되었으면.
꽃은 꿀 속에 마음을 넣어 나비를 그리워한다 찾아온 나비는 꽃잎에 상처가 날까 사뿐사뿐 조심스런 마음 꽃과 입맞춤 한다 꿀을 주고 싶어 하는 꽃의 마음 꽃잎을 아껴주려 하는 나비의 마음
예전에 할아버지께서 산다는 것은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도 있다하셨다 피죽도 한 그릇 먹어보지 못한 것처럼 온몸도 피부도 얼어터져 갈라지고 히죽이 눈웃음으로 강변을 가리킨다. 동장군이 칼바람을 업고 만신창이 되어 도망가는 꼴이 가관이다 쓸쓸한 웃음 속에 기다림이 있다 지난 풍요, 수많은 식솔들 하나같이 파란 옷 입히고 곳간마다 쌀로 가득 채워놓고 오고가는 입마다 후한 쌀밥인심 너의 향기가 아련히 가슴을 찌른다. 오월을 그리워하며 할아버지 말씀을 새기면서 이팝나무 허리를 끌어안는다.
-6‧25전사자 묘역에서 반백년, 6월 하늘 속에서 당신은 외롭게 울었습니다 잿빛 하늘 무너지며 아직 등뼈 아물지 못한 능선을 적시는 당신의 눈물 동강난 허리의 아픔 안고 불칼 휘두르며 달려온 그대 목소리 휴전선 비무장지대 흔들리는 망초꽃이 되었습니다 깊은 골짜기 화합의 꽃으로 하얗게 피었다 지는 당신의 영혼 바람에 나부낍니다 전우여! 반도는 아직 잘리어 있는데 당신의 통곡 애절하여 이제는, 가슴 아픈 6월을 지우렵니다.
삼 십 년전 하늘이 무너지는 절망 앞에 여린 몸 가눌길 없었던, 트럭에 두 아들과 짐을 싣고 경기도 산골을 떠나던 날 텃밭에 철없이 웃고 있던 하얀 감자꽃 미움과 원망도 자신에게 죄를 짓는 일이기에 용서를 숙명이라 여기며 지나온 세월 가슴에 화석이 되어 수행 중인 상형 문자들 차마 세상에 내놓을 수가 없었다 달빛 출렁이는 초하의 시간 하얀 감자꽃은 여전한데 가슴에 대못을 박아 놓고 그는 다시 못 올 먼 길을 나섰다 한 마디 말도 없이.
황사 바람 고안나/시인 4월이 문 닫네 진달래꽃 지네 2019. 5. 1일 -양파의 눈물-
결혼기념일 월정 이선희 / 시인 면사포 올려주니 멋적게 웃으며 내게로 다가온 그대 오늘은 그 사람 그리워 이팝꽃 활짝 핀 유성으로 간다 이렇게 보고 싶은 내 마음 그대는 알까 활짝 핀 꽃들은 웃기만 한다. 가여운 사람 반백년이 흘렀어도 그날의 그 모습 마냥 그립다. 2019, 5, 11 (1968, 5, 11일 결혼)
명자꽃에게동호 조남명 / 시인 담벼락 아래 다소곳이 진붉게 피어 촉촉한 눈 못 올려 뜨고 수줍게 서있는 명자꽃, 너 아직도 부끄러워 잎새 사이 숨어 얼굴 못 드는 청초하고 곱디고운 속 붉은 것, 명자야 어린 너를 심어놓고 기다림에 첫 꽃물 터져 처음으로 네 속옷이 붉게 젖었을 때 어찌할 줄 몰라 하던 네 모습도, 도톰했던 너의 붉은 입술도 지금도 그대로구나 세상에 무슨 꽃이 너보다는 더 붉을 수 없는 上色에도 외로움 아픔 참고 난체할 줄 모르는 겸손한 거기 있기엔 아까운 명자꽃 너 만한 꽃이 어디 있더냐